2024. 12. 6. 22:13ㆍ뇌피셜
12.3 22:30 윤석열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처단하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 평온한 순간에? 이재명 채널이 라이브 중이었다. 국회로 와달라며 담을 넘었다.
국회까지는 자전거로 약 15분 거리. 따릉이를 탔다. 약간 눈발이 날렸다.
처음 도착한 곳은 여의도 한강 주차장 방향 입구. 닭장차로 막아져있었다. 울며불며 본인은 윤석열을 뽑았는데 어찌 이럴 수 있냐며 경찰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가 하나 보였을 뿐 인파는 많지 않았다.
정문으로 페달을 다시 밟아 그리로 향했다. 정문에는 닭장차 두대가 막고 서있었다. 조금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기자 같은 사람들도 보였고, 유튜버들도 보였고, 보좌관들도 보이고, 국회의원들도 보였다.
사람들이 문을 통해서 들어가기도 했다가 막히기도 했다가 담벼락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경찰들은 때론 막고 때론 놓아주고 했다. 이윽고 헬기 두 대가 날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정문의 철문이 닫혔다. 그리고 계속해서 헬기가 왔다갔다했다.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여있었다. 정문 앞의 신호등은 빨간 불에서 바뀌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거악에 맞서기 위해 사소한 위법 정도는 신경쓰지 않았다.
후문으로 가자는 소리가 들렸다. 인파에 섞여 후문으로 가서 서있었다. 안에서는 공수부대가 총을 들고 국회를 돌파하려 한다고 누군가 말해줬다.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표결을 시작했다고 했다. 가결이 나면 이 미치도록 비현실적인 장면이 끝날 수 있다고 옆에서 또다른 사람이 말해줬다. 가결이 되었다. 안도를 하며 집으로 향했다. 나는 다시 출근을 해야했다.
떠나며 잠깐 사람들이 다녀야 하니 자전거를 타지말고 끌어 달라는 경찰관의 협조 부탁을 받았다. 알겠다라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고 고생하시라는 말을 전하며 현장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는 제왕적인 권한이 있기에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김영삼 정부(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부터만 기억을 갖고 있는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마음껏 거부권을 행사하고, 마음껏 계엄을 내릴 수 있고, 자기 출신 여하에 따라 군과 법무부에 자기 심복들을 심어놓고 삼권 중 두개의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 우리의 대의 민주주의는 이런 상황에서 너무 취약하고 권한이 적다. 심지어 그 국회의원들 마저도 국익보다는 사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불확실성 마저 있다.
뭔가 법 개정이나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민주주의는 원래 졸라 시끄럽고 짜증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지들말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거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어느정도에서 만나자하면서 서로 협의하고 양보하며 살아가기로 하는 것이다.
그 시끄러움이 그 갈등이 지친다고 짜증난다고 한심하다고 정치를 혐오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독재에 대한 시그널까지 무시하고 살면 안되는게 아닐까?
이것도 과연 정치일뿐이라고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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